회복력과 창조성의 상징, 로테르담

 

로테르담은 네덜란드 남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유럽 최대 규모의 항구를 자랑하는 국제적인 물류 중심지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대규모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이후 현대적인 건축물과 혁신적인 도시계획으로 재건되며 독특한 도시 경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국제적인 분위기와 역동적인 도시문화 덕분에 로테르담은 여행자뿐만 아니라 유학생과 창업가들에게도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역사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도시

 

로테르담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 아픈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1940년 5월 14일,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집중 공습으로 로테르담 도심은 완전히 초토화되었습니다. 8만 5천 명의 시민들이 집을 잃었고, 도시 중심부의 거의 모든 건물이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로테르담 시민들은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진행된 도시 재건 과정에서, 로테르담은 과거를 복원하는 대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모습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로테르담을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도시 중 하나로 만들어냈습니다. 현재 2차 대전 이전의 건축물 중 현존하는 것은 성 라우렌스 교회(Sint-Laurenskerk)가 거의 유일하며, 그마저도 전쟁 중 반파되어 복구된 것입니다.

 

세계 최대 항구의 위상

 

로테르담항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의 항구로서 번영을 누려왔습니다. 연간 4억 톤이 넘는 화물이 처리되는 이 거대한 항구는 로테르담을 유럽의 관문 역할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항구 시설은 전쟁 후 가장 먼저 재건된 부분으로, 조선업과 무역업을 중심으로 한 해양산업이 도시의 핵심 산업이 되었습니다.

 

현대 건축의 실험장

 

로테르담은 현재 '건축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건축물들로 가득합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84년 피에트 블롬(Piet Blom)이 설계한 큐브 하우스(Kubuswoningen)입니다. 38개의 작은 정육면체와 2개의 큰 정육면체를 45도 기울여 붙인 이 주거단지는 마치 나무 위의 집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로 전 세계 건축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 다른 랜드마크인 에라스무스 대교(Erasmusbrug)는 1996년에 완공된 사장교로, 그 우아한 모습 때문에 '백조'라는 애칭으로 불립니다. 길이 1,695미터의 이 다리는 로테르담의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마르크트할: 음식과 문화의 만남

 

2014년에 개장한 마르크트할(Markthal)은 로테르담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최초의 대규모 실내 시장인 이곳은 단순한 시장을 넘어서 문화와 음식이 만나는 복합공간입니다. 아치형 천장에 그려진 화려한 예술작품 '혼의 뿔(Horn of Plenty)'은 1만 1천 제곱미터 규모의 거대한 디지털 아트로, 네덜란드 농산물과 해산물을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네덜란드 음식부터 세계 각국의 요리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홀랑스 니우베 해링(청어), 스트룹와플, 그리고 네덜란드의 다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인도네시아 요리 등을 즐길 수 있어 미식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들

 

로테르담은 문화예술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보에이만스 반 뵈닝헌 박물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은 중세부터 현대까지의 유럽 미술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히에로니무스 보스, 피터르 브뤼헐, 반 고흐 등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세계 최초의 공개 수장고인 '데포(Depot)'가 개관하여 평소 전시되지 않던 소장품들까지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양박물관(Maritiem Museum)에서는 로테르담항의 역사와 네덜란드의 해양 문화를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 디자인 박물관에서는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디자인 역사와 문화를 만나볼 수 있어, 현대 디자인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유로마스트에서 바라보는 전경

 

높이 185미터의 유로마스트(Euromast)는 로테르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1960년에 건설된 이 타워에서는 로테르담의 현대적인 스카이라인, 마스강, 그리고 거대한 항구 시설까지 모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맑은 날에는 헤이그나 델프트까지도 볼 수 있어 네덜란드의 지리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축제와 문화 행사

 

로테르담은 연중 다양한 축제와 문화 행사로 활기가 넘치는 도시입니다. 매년 7월에 열리는 로테르담 언리미티드(Rotterdam Unlimited) 축제는 도시의 다문화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이 축제에서는 카리브해 음악과 춤, 수리남 음식, 힌두 문화, 중국 음식 등 세계 각국의 문화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Het Park에서 정기적으로 음식 축제와 영화 상영회가 열리며, 겨울에는 IJsvrij Festival 같은 독특한 문화 행사들이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쇼핑과 여가의 천국

 

로테르담은 쇼핑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뢰벤트 슈트라트(Lijnbaan)는 유럽 최초의 보행자 전용 쇼핑거리 중 하나로, 1953년에 조성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네덜란드 로컬 브랜드부터 국제적인 패션 브랜드까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도시 곳곳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로테르담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구 항구 지역(Oude Haven)은 역사적인 매력과 현대적인 편의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완벽한 장소입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도전

 

현재 로테르담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과 잦은 홍수에 대비한 혁신적인 수자원 관리 시스템, 친환경 건축물, 그리고 스마트 시티 기술 도입 등을 통해 미래 도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