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눈의 도시, 일본 삿포로

bluegreenstory 2025. 5. 22. 15:40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의 중심도시 삿포로는 독특한 역사와 풍부한 자연, 사계절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다른 일본 도시들과는 달리 계획적으로 설계된 도시 구조와 서구적 영향이 어우러진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일본의 젊은 도시, 삿포로의 역사

 

삿포로는 일본의 다른 고도시들과 달리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도시입니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아이누 민족이 주로 살던 미개발 지역이었습니다. 메이지 시대(1868~1912)에 들어서면서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의 개척과 발전을 위해 본격적인 정책을 시행했고, 그 중심에 삿포로가 있었습니다.

1869년 홋카이도 개발청(개척사)이 설립되었고,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행정 중심지로 선택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인 고문 클라크 박사의 지도 아래 삿포로 농학교(현재의 홋카이도 대학)가 세워지면서 근대적 도시로의 발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양식 도시 계획에 따라 바둑판 형태의 도로망과 넓은 가로수 길이 조성되었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삿포로의 독특한 도시 경관을 형성하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삿포로는 빠르게 발전하여 현재 인구 약 200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했으며, 1972년에는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했습니다.

 

삿포로의 상징적 명소들

 

시계탑 (時計台)

삿포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인 시계탑은 메이지 시대에 삿포로 농학교의 일부로 지어진 역사적 건축물입니다. 1881년에 건립된 이 목조 건물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탑 중 하나로, 지금도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원래는 손으로 줄을 당겨 작동시키는 종이었으나, 현재는 미국 하워드사의 시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매일 정오에는 삿포로 시내에 종소리가 울리며, 밤에는 조명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 (赤れんが庁舎)

"아카렌가"(붉은 벽돌)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는 1888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양식의 건물로,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입니다. 네오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외관은 삿포로의 서구화된 역사를 보여주는 대표적 건축물입니다. 청사 내부에는 홋카이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이 마련되어 있어 개척 시대의 홋카이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청사 앞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오도리 공원 (大通公園)

삿포로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오도리 공원은 길이 약 1.5km, 너비 약 65m의 대규모 녹지공간입니다. 삿포로 개발 초기에 화재 방지용 방화대로 계획되었으나, 현재는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각종 축제의 중심지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매년 2월 열리는 삿포로 눈축제와 여름의 YOSAKOI 소란 축제, 가을의 오텀페스트 등 계절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이곳에서 펼쳐집니다. 공원 중앙에 위치한 TV탑에서는 삿포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인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입니다. 1876년 '개척사 맥주 양조소'로 시작된 삿포로 맥주의 발전 과정과 맥주 제조 방법을 상세히 배울 수 있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과 상징적인 굴뚝은 삿포로의 산업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산입니다. 박물관 견학 후에는 신선한 맥주를 시음하는 즐거움도 놓치지 마세요.

 

홋카이도 개척촌

삿포로 교외에 위치한 홋카이도 개척촌은 홋카이도 개척 100주년을 기념하여 설립된 야외 박물관입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초기까지 홋카이도 각지에 지어졌던 건축물들을 그대로 옮겨 복원한 이곳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농촌, 산촌, 어촌, 시가지 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마을에서는 계절별로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됩니다. 여름에는 마차 철도를, 겨울에는 말썰매를 타고 마을을 둘러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삿포로의 계절별 매력

 

겨울: 세계적인 눈축제의 도시

삿포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삿포로 눈축제'입니다. 매년 2월 초에 약 일주일간 개최되는 이 축제는 세계 3대 눈축제 중 하나로 꼽히며, 매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대규모 행사입니다.

축제는 오도리 공원, 스스키노, 츠도무 세 곳에서 진행됩니다. 메인 행사장인 오도리 공원에는 약 1.5km에 걸쳐 크고 작은 눈과 얼음 조각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실물 크기로 재현된 유명 건축물부터 인기 캐릭터, 동물까지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선보이며, 특히 밤에는 조명과 함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 거대한 눈 조각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 자위대까지 동원될 정도로 대규모 작업이 필요합니다. 츠도무 행사장에서는 눈썰매와 같은 겨울 스포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스스키노 지역에서는 아름다운 얼음 조각들이 전시됩니다.

겨울철 삿포로는 평균 5미터가 넘는 적설량을 자랑하며, 특히 12월부터 3월까지는 도시 전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여 마치 동화 속 겨울왕국을 연상케 합니다. 삿포로의 겨울은 춥지만, 그 어느 계절보다도 매력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봄: 벚꽃과 함께 찾아오는 새로운 시작

홋카이도의 봄은 다른 지역보다 조금 늦게 찾아옵니다. 4월 말에서 5월 초가 되어야 삿포로에도 벚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벚꽃이 늦게 피는 만큼, 다른 지역의 벚꽃 시즌이 끝난 후에도 삿포로에서는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삿포로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는 마루야마 공원, 나카지마 공원,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 등이 있습니다. 특히 홋카이도 대학의 벚꽃 가로수길은 담백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봄철에는 주변 지역의 다양한 꽃 축제도 즐길 수 있습니다. 5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히가시모코토의 꽃잔디, 후라노와 비에이의 라벤더 등 다채로운 꽃들이 홋카이도의 넓은 대지를 화려하게 수놓습니다.

 

여름: 시원한 기후와 다양한 축제

삿포로의 여름은 다른 일본 도시들에 비해 훨씬 쾌적합니다. 평균 기온이 20도 내외로 무더위가 없어 여름 여행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이 시기에는 '삿포로 YOSAKOI 소란 축제'가 열려 도시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7월 중순부터 8월 초에 걸쳐 열리는 이 축제에서는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며 역동적인 춤을 선보입니다. 홋카이도의 자연과 계절을 표현한 춤과 음악, 의상은 보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또한 여름철에는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입니다. 삿포로 근교의 산과 계곡에서는 트레킹, 래프팅, 카누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을: 풍성한 먹거리와 단풍의 향연

가을이 되면 삿포로는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선보입니다. 9월 중순부터는 도시 주변의 산들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룹니다. 삿포로의 대표적인 단풍 명소로는 정상에서 삿포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모이와산과 시내 중심에 위치한 나카지마 공원이 있습니다.

가을 삿포로의 또 다른 즐거움은 '삿포로 오텀페스트'입니다. 매년 9월 중순부터 약 3주간 오도리 공원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홋카이도 최대 규모의 음식 축제로, 홋카이도 각지에서 엄선한 맛있는 제철 식재료와 지역 특산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신선한 해산물과 고기류, 라면 등 홋카이도가 자랑하는 먹거리와 제철 특산물이 총집합합니다. 이 시기에 삿포로를 방문한다면, 풍성한 식도락 여행을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삿포로의 미식 탐방

 

홋카이도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량 생산지로, 신선한 식재료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모든 음식이 집결하는 곳으로,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미식 여행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라멘

삿포로는 미소 라멘의 발상지로 유명합니다. 된장 기반의 국물에 버터와 옥수수를 올린 독특한 조합의 미소 라멘은 추운 삿포로 기후에 맞게 발전한 음식입니다. 라멘 요코초와 스스키노 지역에는 수많은 라멘 가게들이 즐비하여, 저마다 독특한 맛을 경쟁하고 있습니다.

 

징기스칸

양고기를 숯불에 구워먹는 '징기스칸'은 삿포로의 대표적인 향토 요리입니다. 특별히 제작된 돔형 철판 위에서 양고기와 각종 야채를 함께 구워 먹는 이 음식은 육즙이 풍부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삿포로 시내 곳곳에 있는 징기스칸 전문점에서는 신선한 홋카이도산 양고기로 만든 정통 징기스칸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해산물

삿포로에서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삿포로 중심부에 있는 니조시장은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킹크랩, 털게, 연어, 성게 등 홋카이도의 풍부한 해산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며, 시장 내 식당에서는 방금 잡은 해산물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는 '가이센돈'(해산물 덮밥)이 인기 메뉴입니다.

 

맥주와 위스키

삿포로는 일본 최초의 맥주 양조지로, 맥주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는 맥주의 역사를 배우고, 신선한 맥주를 시음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삿포로 근교의 요이치에는 '닛카 위스키 요이치 증류소'가 있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 위스키의 제조 과정을 견학할 수 있습니다.

 

삿포로 여행 계획하기

 

최적의 방문 시기

삿포로는 사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방문 목적에 따라 최적의 시기가 달라집니다. 눈축제를 경험하고 싶다면 2월 초를, 벚꽃을 보고 싶다면 4월 말에서 5월 초를, 시원한 기후에서 야외 활동을 즐기고 싶다면 여름을, 단풍과 미식을 즐기고 싶다면 가을을 추천합니다.

 

교통편

삿포로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신치토세 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공항에서 삿포로 시내까지는 JR 신치토세 공항선으로 약 37분 소요됩니다. 시내에서는 지하철, 트램,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어 관광하기 편리합니다. 특히 도심을 순환하는 지하철은 주요 관광지를 쉽게 연결해주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숙박 지역

삿포로 여행 시 숙박은 주로 JR 삿포로역 주변과 스스키노 지역을 추천합니다. JR 삿포로역 주변은 교통의 요지로 접근성이 뛰어나며, 스스키노는 밤문화와 맛집이 밀집해 있어 식사와 쇼핑이 편리합니다. 또한 온천을 즐기고 싶다면 삿포로 근교의 죠잔케이 온천이나 노보리베쓰 온천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북쪽 땅의 매력적인 도시, 삿포로

 

일본의 홋카이도는 본토와는 다른 기후와 문화, 역사를 지닌 매력적인 지역입니다. 그 중심에 위치한 삿포로는 서구적 영향과 일본 전통이 조화를 이루며, 사계절 다양한 축제와 먹거리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 도시에서, 여러분만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삿포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삶의 여유와 풍요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붉은 벽돌 건물과 넓은 가로수길, 푸른 공원과 하얀 눈,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여러분은 분명 일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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